시간의 구축 _ 카이사포럼 CaixaForum in Madrid, Spain
by Lim Hwan Soo
오래된 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당신에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이 있는 땅이 주어졌고, 그 땅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답은 크게 네가지로 나뉠 것 같다. 하나,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다. 둘, 오래된 건물이 남겨놓은 땅에 짓는다. 셋, 오래된 건물을 분해해서 옮겨놓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첫 번째는 지금은 보기 힘든 개발시대의 논리이고, 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고, 세 번째는 지금의 법적 규제로 인한 새로운 건축방식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찾아간 스페인에서 네 번째 답을 찾을 수 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거리에 위치한 카이사 포럼Caixa Forum에서.
[19세기에 지어진 마드리드 프라도 거리의 발전소, 출처: SPACE 485]
la Caixa + Art Forum = CaixaForum
전 세계 5500개 지점을 보유한 라 카이사(laCaixa) 은행의 문화 재단은 2001년에 마드리드 프라도 거리에 위치한 발전소를 인수한다. 이 발전소는 1899년에 지어졌으면 마드리드의 얼마 안되는 19세기 산업시대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2001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 Team은 라 카이사(la Caixa)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흥미로운 현대 미술품 컬렉션과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의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을 수용하는 개방적인 기획 취지를 높이 평가하여 이 작업에 흔쾌히 참여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의 작품은 거의 문화재 수준이 되기 때문에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할 건축물을 고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설계의 주도권이 건축주로부터 건축가로 이양된다고 할까나. 그리하여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장장 7년의 세월을 거쳐 완성된 현대미술관이 바로 마드리드의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이다.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은 스페인 전역에 총 8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리뷰하고 있는 대상은 마드리드에 위치한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
http://obrasocial.lacaixa.es/laCaixaFoundation/culture_en.html
시간이 소용돌이치는 그라운드 레벨
[전면 광장에서 바라본 카이사포럼CAIXAFORUM, Copyright by Lim Hwan Soo]
큰길에서 바라본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의 첫인상은 마치 재료와 시간의 꼴라쥬 같다. 따뜻한 연갈색 조적조의 외관이 품고 있는 100년 전의 과거는 들어올려져 떠다니고, 그 위에 올려진 짙은 갈색으로 녹이슨 코르텐 강판은 시간의 무게를 더한다. 건너편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al Garden의 연장으로서 삽입된 녹색의 버티컬 가든은 이 장소에 도시의 현재를 초대하며, 지면과 떠있는 매스 하부 사이로 보이는 무채색의 금속성 마감재료는 머지 않은 미래를 소환한 듯하다. 이곳 카이사포럼의 그라운드 레벨에서 방문객들은, 얕은 경사로 만들어진 오픈 플라자에 올려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료와 시간의 소용돌이가 만들어내는 이 공간 속에 삼켜져 떠있는 매스의 하부로 끌려간다.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 Team이 말한대로 "Urban Magnet"과 같다고 할수 있다.
[리노베이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의 역동적인 단면 형상, 출처 : http://www.herzogdemeuron.com]
디자인 컨셉과 프로그램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 Team의 카이사 포럼Caixa Forum에 대한 디자인 컨셉은 도시에 대한 매우 강한 하나의 제스처다. ‘이면 도로에 갖혀 있는 이 건물을 자유롭게 하자!’ 그들은 이 건물을 주목하게 하고 방문객들의 접근을 유도하기 위하여 필요한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제일 첫 사진의 건물이 지어지기 전 상황에 주목해보자. 기존의 발전소는 전면의 주유소와 좁은 주거 건물사이에 파묻혀서 대로에서는 거의 인식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들은 건축주를 설득하여 발전소 전면에 위치한 주유소를 사들이고 허물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진입 마당을 확보하고 프라도 미술관까지 이어지는 대로와 연속되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이 과감한 철거로 카이사 포럼Caixa Forum의 진입마당은 주변에 위치한 라파엘 모네오의 Thyssen-Bornemisza Museum 그리고 장 누벨의 Reina Sofía Museum과 함께 미술관 거리를 만들어냈다. 또한 24m 높이의 수직 정원은 프랑스의 벽면녹화의 달인 패트릭 블랭크Patrick Blanc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도시의 평면적인 조경을 입체적으로 카이사포럼CaixaForum에 드리우게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카이사포럼CaixaForum의 Concept Sketch와 Program Diagram, 출처 : SPACE 485]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 Team의 건축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대지로부터 시작하지만 동시에 명확히 대지로부터 분리되는 신세계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의 건축에 있어서 1층은 매우 중요하다. CaixaForum에서는 발전소의 1층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화강석의 주초를 잘라내고 건물이 떠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였으며, 위로는 거친 고르텐 재질의 두 개층을 기존 건물의 상부에 붙였으며, 밑으로는 지하 2개층을 파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5배에 해당하는 새로운 세계가 이곳에 구축되었다. 이 신세계는 1층의 로비와 2,3층의 전시 갤러리, 그리고 4,5층의 카페와 레스토랑, 사무실로 채워졌으며, 지하는 교실과 강당으로 구성되었다.
FLOATING MASS의 구축술
[입구에 다가가면서 현저하게 느껴지는 재료의 극명한 대비, Copyright by Lim Hwan Soo]
발전소는 19세기를 상징하는 건물로서 마드리스시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었으나 건축가들은 이 프로젝트의 공공성과 장점을 시의회에 어필하여 주초를 허무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확실하게 떠있어 보이도록 세 개의 코어를 사인과 미러글래스 설치를 통하여 시각적으로 삭제하였으며,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천장면이 벽천의 소리와 함께 시원한 동굴과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게다가 세 개의 코아가 자연스럽게 방문하는 사람을 진입계단으로 유도하는 형태로 찌그러져 있는 것 또한 주도면밀하다.
[Floating Mass 하부 공간, Copyright by Lim Hwan Soo]
이 하나의 도시적이며 조각적인 제스쳐에 의해서. 형성된 오픈 스페이스는 방문자들에게 그늘을 주고 그들이 외부에서 만나고 이야기 하도록 하며 동시에 카이사포럼의 입구가 된다. 좁은 이면도로에 갖혀있던 발전소는 활발한 공공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미래로의 진입계단과 그로테스크한 로비
[차가운 금속성으로 가까운 미래를 느끼게 하는 진입계단, Copyright by Lim Hwan Soo]
그라운드 레벨에서의 이질적인 시간은 진입계단에 이르면 속도를 더하기 시작한다. 검은색에서 은회색으로 변경되는 금속 재질의 전개는 온전히 거리에서의 도시의 기억을 제거한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방문객들은 신세계를 기대하게 되고 마침내 도착한 로비는 21세기의 고딕 성당인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맞이한다. 노출된 천장과 자유롭게 널려있는 형광등 그리고 그들을 반사하는 바닥이 그 느낌의 이유일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맞이하는 로비, Copyright by Lim Hwan Soo]
같으면서 다르게 반복되는 장식의 변주 - 지붕층과 지하층
[4층 중정의 코르텐 강판 마감은 시간을 머금은 듯한 인상을 주변 공간에 전한다, 출처: SPACE 485]
[오래된 느낌의 외부와 다르게 화사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내부 복도 공간, Copyright by Lim Hwan Soo]
이 기묘한 패턴은 지하층의 강당에서 반복된다. 지하층에서는 빛이 없기에 천공하는 것 대신에 면이 굽이치며 튀어나오게 처리하여 어둠과 패턴이 만들어내는 부조감이 지하세계를 동굴과 같이 인식시킨다.
[지붕층과 달리 부조감으로 다가오는 지하층의 마감은 마치 동굴과 같은 공간감을 준다, Copyright by Lim Hwan Soo]
중성적인 인상의 미술관과 계단실
카이사포럼CaixaForum의 기존 공간은 발전소 대신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었다. 외부에서 보였던 조적조의 패턴은 내부에서 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이 곳에 도착하면 로비에서의 그로테스크함도 어느덧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성이 제거된 중성적인 느낌의 미술관 내부공간, 출처 : http://www.herzogdemeuron.com]
계단실 또한 연속되기보다는 기존의 공간들과 병치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내부는 하나의 큰 공간으로 인식되기 보다 다양한 단위공간들이 물려서 구성되었다. 그래서 조화로운 코스모스라기 보다 각각의 공간이 따로 떠도는 카오스의 세계로 인식된다.
[전층을 굽이치며 관통하는 계단실, Copyright by Lim Hwan Soo]
오래된 건물을 대하는 네 번째 방법
오래된 발전소의 속을 비워내 미술관으로서 그 기능을 전용하고, 그 상부에 새롭게 건물을 올리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무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계획에서 시공까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미친 듯이 빠르게 건물을 찍어대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카이사포럼CaixaForum은 고전미술을 간직한 프라도 미술관과 대적할 수 있는 현대 미술관으로서 마드리드의 보물이 되었다. 이제 이 시설이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 Team의 손을 떠난지도 5년이나 되었다. 남은 것은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들이다.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날아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이 블로그를 통해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고 기회를 봐서 꼭 한번 가봤으면 좋겠을 그곳 ‘CaixaForum'의 리뷰를 마친다.
카이사포럼 주변을 볼 수 있는 Google Earth.
아쉽게도 카이사포럼은 아직 3D로 구현되지 않았지만, 주변 마드리드 시내를 볼 수 있습니다.
(플러그인이 설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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