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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통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장소 - 백남준 아트센터


VMSPACE.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1. 11. 21)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은 생전에 누구나 알고 있는 양식화된 전달의 통로를 깨고, 그동안 배제되어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내 보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통’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언젠가 모두가 각자의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백남준의 예언은 인터넷, 스마트폰, 메신저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생전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 백남준 아트센터를 통해 그가 남긴 메시지를 해석해본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2001년 백남준과 경기도 아트센터 건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2003년 UIA(국제 건축가 협회)가 주관한 국제 설계 공모를 거쳐, 2008년 4월에 준공되었다. 독일의 건축가 키어슨 셰멜(Kirsten Schemel)의 국제현상설계 당선안을 마리나 스탄코빅(Marina Stankovic)이 함께 설계를 진행하였으며, 한국의 로컬 아키텍트로 창조 건축이 협력하였다.




하늘에서 바라본 백남준 아트센터는 마치 피아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또한 경기도 박물관, 어린이 박물관과 이웃하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서로 손을 잡고 아트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관람객들에게 친숙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전시관으로서는 독특하게 내부 촬영이 자유롭게 허락되어 관람자들이 백남준 아트센터 속에서 한명의 사진작가 혹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스크린 파사드
  

  

백남준 아트센터의 첫인상은 주변을 반영하는 검은색의 스트라이프와 쇼윈도우이다. 스크린 파사드라고 불리는 이 입면은 각기 다른 반사율을 갖는 부분 인쇄유리를 여러층으로 겹쳐서 구성한 것으로 담당 건축가는 백남준이 작품에 사용한 초창기의 흑백 텔레비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스크린 파사드는 주변풍경을 반사하는 미디어로서 작동한다.
  

 

[국제 설계 공모전 당시의 설계안]


외부공간

백남준 아트센터는 국제 설계 공모 때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남측의 녹지와 전시관을 어떻게 관계를 맺게 할 것인지가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였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 설계 공모 당시에는 경사지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그 위에 지붕을 설치하여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안이 제안되었으나, 현재는 미술관의 뒷마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참여 건축가 마리나 스탄코빅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자연적인 공간과 인공적인 공간의 접점지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미술관 설계의 핵심이었다. 특별한 공간을 조성한다는 기존 의도를 살리면서 미술관 시설은 3개의 골짜기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지형에 따라 결정된 외관은 건물을 풍경 속에 자리잡은 오브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외관은 자연적인 공간과 인공적인 공간, 발견된 공간과 재해석된 공간, 외부와 내부를 중재한다. 건물의 내부와 지형학적인 외관 사이에 흥미로운 공간이 창출된다. 이러한 공간은 건물의 ‘재료’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물에는 건물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다. 건물의 형태는 부지에 대한 반응이자 부지가 창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유목적인 공간과 관련지어서 보면, 이 건물의 야외 공간은 미술관의 전유 공간인 동시에 진정한 공공공간으로서 경사진 푸른 비탈면으로 이어지며, 모든 종류의 집회나 공연에 적함하다. 한마디로 이곳은 우드스톡 평원의 미니어처나 다름 없다.

출처 : VMSPACE 486

 

[현재의 백남준 아트센터 뒷마당]

[국제 설계 공모전 당시의 설계안]

지형을 타고 흐르는 옹벽을 그로테스크 하게 비추는 마경

 


땅의 굴곡을 그대로 살린 연속적인 옹벽은 미술관의 부드러운 곡선의 입면과 만나 ‘외부의 미로’를 연출하며 아트센터의 감상을 연장한다. 스크린 파사드에 중첩되어 비친 외부의 풍경은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 되고, 관람객들의 한걸음 한걸음을 유도한다. 마치 미디어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백남준의 작품을 테마로한 전시공간

외부공간이 편안하게 아트센터를 감싸고 있다면, 내부공간은 긴장감 있는 미디어 아트의 연속으로 밀도감 있게 구성되어 있다. 내부 공간 모두가 백남준의 작품을 테마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대상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활동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미로와 같은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을 체험하게 된다.

<로비 부분 내부 파노라마>


로비는 전시의 처음과 끝이 만나는 곧으로 인포메이션에서 가방을 맡긴 뒤 자유롭게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내부로는 전시장과 라이브러리와 연결되어 있고, 외부로는 카페테리아와 이어져 있어 선택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백남준 라이브러리



백남준 라이브러리는 큐브 형태에 다양한 서적과 멀티미디어가 공존하며, 안에 비치된 컴퓨터가 바깥 모니터에 연결되어 인터랙티브한 장면을 연출하는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라이브러리는 아트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 관련 도서, 미디어, 아카이브 자료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의 백남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백남준 라이브러리 외관, 출처 : 백남준 아트센터]


TV정원

백남준 아트센터의 내부에서 가장 공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 것은 TV 정원이다. 이 곳은 미술관 깊숙이 위치한 키가 큰 초록의 아열대 식물들 사이로 화려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마치 기술과 자연이 융합된 듯한 판타지다. 백남준 아트센터의 TV정원은 회랑을 따라 정원의 둘레를 거닐 수 있고 또 중층으로 올라가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어 그 공간적인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백남준 아트센터 내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아이들은 이미 미디어에 너무나 친숙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미디어 아트의 TV 화면 앞에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영상을 즐기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심지어 조금은 괴상하다고 느낄 만한 작품에도 재미를 느끼고 웃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백남준은 TV를 잘 가지고 노는 그냥 친숙한 동네 아저씨로 인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집안의 집 - 아트스토어



백남준 아트센터 2층 기획전 입구에는 아트스토어가 위치하고 있다. 아트스토어는 외관에서 백남준의 작품 <나의 파우스트>를 연상시켜 작품과의 유사성에 주목하게된다. 또한 내부 에서는 TV 머리를 한 캐릭터 등 백남준의 예술과 디자인을 위트있게 재해석한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어 재미있다.

기획전 'TV 코뮨'


백남준아트센터는 상설 전시와는 별도로 2011년 9월 29일부터 2012년 1월 24일까지 기획전시 ‘TV 코뮨’을 개최하고 있다. ‘TV 코뮨’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스 미디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공간적, 정치적, 공동체 (코뮨)를 형성하는 현대사회’를 주제로 한 전시로서, 그 구성이 ‘방’, ‘가구’와 같은 실내 공간 장치들과 TV, 영상을 결합하여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관람 뒤의 휴식 장소, 카페테리아


상설 전시에 이어 기획 전시까지, 밀도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 관람을 끝낸 후 외부로 나가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외부 테라스가 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깔끔하고 특히 라떼가 맛있어서 더욱 좋다. 내부 천장에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결국 성공 한다.’ 는 글귀가 쓰여 있다. ‘역시 백남준 답다’ 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답사를 마치며

백남준 아트센터는 준공 후 국제 설계 공모 안이 실제 지어지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변경되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실행 예산 부족과 큐레이터의 변경 요구가 주 원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와 소통이다.

이제 준공 된 지 4년이 되어가는 백남준 아트센터는 운영하는 사람들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지혜가 모여서 공연, 전시, 교육, 연구,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채롭게 운영되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인 백남준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이제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건축은 결코 기획과 설계 그리고 시공의 수년 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용하는 사람들과 수십 년의 긴 세월을 함께 하면서 비로소 이 시대의 소중한 장소가 된다는 상식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이곳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오래 살아서, 이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에도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백남준의 몇 개의 작품들..

예전부터 우리는 TV처럼 달을 보아왔다.


부처도 TV속 자신의 모습을 본다.


백남준 193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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