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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 북 하우스, 헤이리 by SHoP, 김준성
Hangil Book House, Hyeri by SHoP Architects New York, Junsung Kim






 
 






헤이리에 있는 '한길 북 하우스'는, 헤이리를 아우르는 6개의 능선중 하나인 부분이 건설부지인 점을 감안하여, 자연과 적극적인 융화를 초기 컨셉으로 하여 건축물을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지었다.

2001년 설계, 2004년 완공. 2011년이 된 지금, 지어진지 7년이 된 북 하우스는 한 때 관심을 받고 반짝 두드러지는 건축물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진 축복받은 건축물이다. 한창 헤이리 붐이 일던 2004년 헤이리 예술 마을에서 최문규의 '딸기가 좋아'와 김준성이 참여한 이 '한길 북 하우스'는 건축적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주변에 이 두 건축물 못지않게 요란한 건축물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들어서고 있지만, 이 둘의 가치를 넘어서는 건축물은 내 눈에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잠시 헤이리를 돌아보며 불편했던 내 불만이 글에 담겨지고 있다. ㅎ




통일성없는 다양성, 천박한 건축박람회장, 헤이리


한길 북 하우스에 대해 쓰자고 친구와 만나, 친구가 못 본 '미메시스 뮤지엄(http://zoonggun.com/130)'을 보러 파주출판도시를 먼저 들른 후 헤이리에 오니, 파주의 정돈된 도시공간과 헤이리의 중구난방 난잡한 마을의 분위기는, 마치 정돈된 고층빌딩군 뒷면에 있는 빈민가를 들어갈때 받는 충격을 내게 안겨줬다.

가까운 파주출판도시가 마스터플랜으로 처음부터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어진 건축군인게 느껴졌다면, 헤이리는 일관된 가이드라인도 없이 각 건축가들이 내가 더 잘났다고 뽐내고 있는 모양새가 흡사 건축박람회를 보는듯한 천박함까지 느껴진다. 하다못해 가로디자인이 일관되게 존재했더라면 이렇게 방만한 느낌은 받지 않았을텐데. 도시설계 없는 건축은 얼마나 오만방자해지는지를 알 수 있는 장소가 헤이리라고 말하고 싶다.


한길 북 하우스 옆에 새로 지은 건물. 쌍팔년도 도면을 가지고 30년 지난 후에 지었을 법한 아무 의미도 남아있지 않은 요란한 기교들. 아름답지도 않은 그냥 망작. 이렇게 지어놓고 용도는 심지어 건축, 디자인 서점.




자연을 등에 업다 못해, 안으로까지 끌어들인 자충수



2004년 준공 당시 전경. 조용한 정원, 목재로 겸손을 차리는 건물, 그 뒤에 있는 부드러운 자연.
(출처 : http://www.heyribookhouse.co.kr/ )



2011년 현재 전경. 그냥 '안 보인다'





블로그를 쓰기전에 의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써놨는지 둘러보는데, 작년에 적은 블로그 글을 봐도 이 숲들은 없었다. 2004년에 첫 방문했을때도 얌전한 조경이 보기 좋았다. 조용히 건물과 언덕을 보여주던 얌전한 잔디밭이 있었다. 이 정제되었던 풍경으로 처음 설계당시 건축물, 언덕, 이 두 겹의 레이어로 건축적 풍경을 제공했다면, 이젠 세 겹의 레이어도 아닌, 나무들뿐인 단일 레이어로 지루하게 탈바꿈시켜버렸다. 나무가 건축물을 덮어버린 모습을 몰라 헤이리를 반바퀴 돌았다. 유명한 건축가를 불러서 지은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을 감춰버리는 결정은 누가 했을지. 나만 북 하우스 바로 못 찾고 헤맨건가.

난잡해지는 주변환경으로부터 공간을 보호하려는 의미라고 양보해도, 적절한 해결책이었는지 모르겠다. 원 설계자였던 SHoP에게 물어봤다면, 과연 이렇게 디자인을 했을까. 아니 건축가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무 숲 사이에 데크 공간. 훨씬 나무에 둘러싸인 자연적 느낌은 사진보다 훨씬 좋다. 데크 공간이 주는 공간감은 좋았으나 원래의 원칙이 깨지는 순간 근본없는 디자인이 만들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디자인은 길을 잃고 헤매일 것이다.



어딘가 변해버린 헤이리. (PC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내부공간, 북 카페


입구. 첫 설계의 조명디자인이 살아있는 덕분에 실내 가구배치가 달라져도 오랜 서점의 느낌을 주는 공간감은 아직도 살아있다.



한길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벽면 인테리어. 책으로 가득한 서재로 둘러싸인 카페는 그래서 더 안락하다. 




외부는 실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아직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외부에서 보이는 독특한 형태는 고스란히 1층 북 카페에서 볼 수 있다. 3개층을 열어놓은 북카페의 한쪽 벽면을 장식하는 책장은 이 장소가 책을 위한 공간임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초기 계획당시, 아래에 뚫린 창으로 보이는 헤이리의 자연 풍경과 수직 목재루버가 겹쳐지는 풍경을 연상해봤으리라. 지금은 뒤이어 지어진 수많은 건축물들을 보게 되고, 그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나무숲을 만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불편한 수직동선에 대한 절충안, 경사로


경사로와 1층 카페가 주는 공간감의 경계. 재료와 조명으로 깔끔하게 공간을 구획한다.




서울 시내 대형서점들을 보더라도, 아주 오래된 서점들을 제외하곤 단층에서 모든 서적을 커버한다. 신촌에 있는 '홍익 문고'만이 내가 알기론 서울 시내 유일하게 남은 수직형 서점이 아닌가 싶다. 예전 건축물의 규모상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구조이긴 하지만, 역시나 층으로 이동하는건 불편하기에, 단일 매장이 다른 층으로 분리되어 있으면, 그 서점의 매력이 떨어진다. 

한길 북 하우스는 수직적 분리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사로(램프ramp)로 절충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얼핏보면 같은 건축요소인 경사로를 가진 '쌈지길'(http://zoonggun.com/127)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전혀 다른 성격의 경사로를 가진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쌈지길' 경사로처럼 벽이 없이 탁트인 시장같은 느낌의 열린 공간을 만들 필요도 없어, 책장으로 폐쇄적 공간을 만들어 도서관 복도에서 주는 공간적 분위기를 가진다. '쌈지길'의 경사로는 걸으며 사람구경, 상점구경이 주 목적이라면, '한길 북 하우스'의 경사로는 책을 고르고, 읽어보는 머무는 공간이다. 복도폭은 한 사람이 서서 책을 읽고,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의 복도이다. 조금 더 넓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면, 이동에는 편리했겠지만, 그게 필요할지는 모르겠단 결론에 들었다. 부적절함을 찾을 수 없는 깔끔한 경사로다.

램프 Ramp : 서로 높낮이가 다른 두 곳을 연결하는 단이 없는 길




어떤 건축이 기억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그 건축물이 주는 장소성(Sense of Place)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랜드마크(Landmark)가 주는 장소성에 의존하는 면이 크기에, 건축물들이 형태적으로 돋보이려고만 하는 면이 있다. '한길 북 하우스'는 건축의 장소성을 높이기 위해, 건축요소로 자주 사용하는 길(Path)을 건축의 메인 요소로 도입하였고, '쌈지길'처럼 '길'이 주는 장소성을 깊게 각인시킨다.

'길'은 행동(걷다, 찾다, 지나다, 발견하다, 도착하다 등)과 연합하여 경험하고 장소성을 높인다. 경계이며, 상징적이며, 종교적(Ritual)인 의미도 갖는다. 길은 장소성의 기본 개념인 '행위의 장소와 출발점'의 의미에서 중요하다.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소이며, 장소를 만드는 행동 또한 대부분이 길에서 일어나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경사로의 비틀림으로 만들어내는 각각의 공간간의 시각적 교류



경사로는 많은 사진보다 동영상이 낫겠다 싶어, 동영상으로 느낌을 옮겨보았지만, 전달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다. 앞서 말한 '길'이 주는 장소성에 대한 얘기를 떠올리며 보면, 설계자의 의도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을거라 본다.
4분간의 지루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HD 화질은 옵션;)





가장 다이내믹한 건축형태를 보여주는 옥상 카페 윌리엄 모리스




벽면의 형태는 옥상에서부터 시작된다. (2004년 사진)



옥상 카페의 전경. (출처 : http://www.heyribookhouse.co.kr/ )



전면에 보이는 목재 루버는 옥상까지 타고 올라간다. 수직적 요소(루버)에서 자연스레 수평적 요소(데크)로 흘러가듯 만들어진다. 초기 헤이리에서 헤이리를 아울러 볼 수 있던 뷰가 이 곳말고 없을때는, 탁트인 헤이리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전원적이면서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풍경을 느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조금 아쉽다.

재밌는건 북 카페의 이름이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란 것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건축학도라면 들어봤던, 19세기 미술공예운동(Art and Craft Movement)을 주도한 건축가, 예술가, 출판업자이다. 근대건축의 태동기에 건축의 공예적 성격을 주장했고, 건축만이 아니라 그 안에 가구, 집기까지 모두 디자인하던 건축가, 예술가로 유명하다. 또한 사회주의 운동가이기도 했다. 백만년전 배운 서양건축사의 지식은 여기까지... 아마 북디자인도 같이 했던 사람이라, '윌리엄 모리스'라고 이름을 지었을거라 판단해본다. 아님말고;
 
한국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윌리엄_모리스
미국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William_Morris

평일에 방문해서 그런건지, 어느새 닫아놓은건지 모르겠지만, 옥상카페를 들어가볼 수 없었다. 준공때 1층이 레스토랑, 옥상이 카페로 되어 있었지만, 1층이 카페로 바뀌면서 프로그램이 겹치게 되어 지금은 안 쓰고 있나 싶었다. 옥상을 폐쇄했다면, 이 북 하우스의 큰 매력이 사라진 일일테다. 다음 기회에 한번 방문해서 확인해보고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헤이리이기에 아쉬운, 하지만 헤이리이기에 가능한, 헤이리라는 면죄부


'한길 북 하우스'의 공간은 우리나라에서 다른 곳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7여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서점이 운영이 되는건 서점자체보다 건축적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드리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헤이리는

입소문을 탄 이후 10여년, 헤이리는 어느새 관광지가 되어버렸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특색있는 관광상품인 현대건축물들이 늘어선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많은 다른 관광지처럼, 천민자본이 몰리면서 오로지 돈만이 건축의 존재목적인 것처럼 껍데기만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섰다. 유능한 한국의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헤이리 마을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던 내가 순진한 바보였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길 북 하우스'는 헤이리가 탄생했을때 모습부터, 지금 퇴색한 모습을 바라본 몇 안되는 건축물이며, 초기 헤이리가 가진 예술적 실험성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건축물이다.




친구와 헤이리를 돌면서, 내가 7년만에 헤이리에 왔는데, 7년뒤에 다시 오면 되겠다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건축가로서는 그 당시 지어진 많은 건축물들이 건축가들의 '설계의 변'과는 달리 폐허처럼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건축가의 허풍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안겨다 주는지를 깨달았다.




몇장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틈새가 주는 공간간의 관음적 교류는 청소도구로 막혔다.



외부공간의 모습을 보면서, 내부만큼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북 카페



지하 1층 미술관 공간 (2004)


지하 1층 미술관 공간 (2004)


지하 1층 미술관 공간 (2004)


2004년의 지상 1층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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