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최문규는 그래도 어느정도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진 몇 안되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은 헤이리에 있는 '딸기가 좋아'와 이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로 두 건물 다 쌈지에서 지은 건물이다. 지금은 쌈지가 없어지고 소유도 넘어갔지만, 소유주가 바뀐 이후에도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비교적 잘 풀린 건축물이기도 하다. 심한경우에는 철골 건물은 철골을 팔기 위해 공중분해되기도 하는데, 건축가 입장에선 사진으로 밖에 남지 않는 건물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
출처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9574
인사동의 유래
인사동 길은 삼청동에서 시작한 개천이 관훈동과 인사동을 거쳐 광통교로 흐르는 개울 길을 따라 생겨난 길이다. 조선초기부터 지금의 조계사 옆에는 그림에 관한 일을 담당하던 관청인 [도화서(圖畵署)]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과거시험(잡과)을 보기 위해 전국의 화공들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근처 인사동은 물감과 종이, 붓과 벼루 등을 파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몰락한 양반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읽던 고서들을 이곳 인사동에 내다 팔기도 하였다.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그림과 고서, 표구점들이 그대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일제 말부터는 골동품과 도자기 상가가 크게 형성되어 현재의 인사동 상가를 이루고 있다.
쌈지길의 탄생 배경 (출처 : '건축과 환경' 2005년 6월 기사. 이정선 기자)
인사동의 얼마남지 않은 개량한옥들 틈에서도 그나마 온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영빈가든이 2001년 화재로 소실되고 그 일대 필지를 포함한 450평 땅을 쌈지가 소유하게 된다. 이 자리에 있었던 열두 가게가 존폐위기에 놓이자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쌈지는 이를 수용한다. 여기에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부지에는 중요한 원칙 몇 가지가 적용된다. 첫째는 열두 가게의 스케일을 고려해 저층부는 단층으로 할 것, 둘째는 대상지가 오픈 스페이스의 역할을 했던 만큼 대지면적의 20% 이상을 마당으로 할애할 것, 셋째는 인사동의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 등이다. 무엇보다 쌈지가 지으려는 건물은 대규모 상업시설이었다. 그리고 이 풀릴 것 같지 않은 미션이 건축가 최문규에게 주어진다. 2001년 가을의 일이다. 이후 사람들의 기대와 의심 속에서 3년 여의 설계와 공사를 진행한 쌈지길이 최근 인사동과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쌈지길의 전면에 있는 12개의 가게. 이 가게는 쌈지길이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가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앞 12개의 상점을 가로의 스케일에 맞춰 재해석, 복원하였다. 그래서 큰 쌈지길 건물앞에 1층의 단층상점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는 것이다. 1층 높이의 상점은 쌈지길 본채를 뒤로 밀어 개방감을 주는 효과를 가지긴 했으나, 대지를 크게 점유하여 건물이 좁은 부지에 비집고 들어간 것처럼 되고 말았다. 분명 건축가가 충분히 좋은 계획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이 대지에서 이렇게 디자인이 나온건 도시계획법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아래는 이 부지를 위해 특별히 제정된 '영빈가든 특별계획구역'에 관한 규정이다.
<지정목적>
1. 12개의 작은 가게가 전통문화업종을 유지하며 형성되어 있으나 최근(2001.4) 화재 등으로 인해 시급한 정비가 필요함
2. 위치적 중요성과 인사동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자 함
<기본방향>
1. 인사동길 가로연속성 유지
2. 전통문화업종 유지
3. 마당의 유지
<계획내용>
1. 건폐율 : 60% 이하
2. 용적률 : 600% 이하
3. 높이 : 최고층수 4층(18m) 이하
4. 저층Zone : 인사동길변 1층(6m) 이하 Zone설정 (대지경계선으로부터 폭 5m 이상)
5. 건축선 : 고층부 벽면한계선-인사동길 대지경계선으로부터 지정구간(2층 이상 부분)
6. 담장지정선 : 대상지 북측 이면도로변(전통문양 및 형태를 고려한 디자인 필요)
7. 마당조성 : 기존 조경공간 유지, 주변 가로로부터의 접근성 확보, 쉼터 공간이 될 수 있는 시설물, 조경장치물 설치, 대지면적은 20%이상을 대지내에서 중정형태로 마당설치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서울특별시(2002)-
전면에 있는 1층 건물들은 4번에 의해 탄생한 형태이고, 쌈지길의 중정은 7번이 확장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7번 항목이 탄생하게 된 연유를 내맘대로 추론하자면, 가회동, 인사동 등에 있는 20세기초에 탄생한 도시형 한옥들의 원형을 보존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중정을 둔 ㅁ자형태의 도시형 한옥이 쌈지길과 같이 커진 스케일에서, 그리고 상업시설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건축물의 형태를 규정지어 버린 저 항목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싶어 안타깝다.
건축가 최문규
쌈지길을 설계한 최문규 씨의 소개는 아래 '공간'지에 수록된 인터뷰로 대신하고자 한다.
쌈지길과 오모테산도 힐즈의 가로방식 비교
쌈지길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인 실내가로(street)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선, 가까운 일본 도쿄에 있는 오모테산도 힐즈의 건축물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오모테산도 힐즈는 세계적인 건축가이면서, 우리나라에서 일반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아닌가! 심지어 설계시기가 비슷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두 건축의 비교는 숙명에 가깝다.
안도 타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즈'
블로그내 안도 타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즈'에 관한 글
(오모테산도 힐즈 by 안도 타다오 | Omotesando Hills by Ando Tadao. 2011/02/08)
http://zoonggun.com/96
http://zoonggun.com/96
"낡은 ‘도준카이(同潤會) 아오야마 아파트(1927)’를 재개발하면서 오랜 시간을 담은 거리와 아파트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타다오의 신념에 있지않나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아파트 외벽의 일부 등이 보존되며 거리의 옛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수목이 우거진 길이 보존한채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할 만큼 유명해져버린 명소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스스로 만들어낸 제약 덕분에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물형태도 개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판단에 있어서 무척 인상깊은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의 건물을 계승한다는게 특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의 입면도 옛 대법원의 파사드를 그대로 보존하여 지었고, 서울시청도 현재 전면의 옛 시청을 보존하여, 가로를 지날때 느껴지는 도시환경을 보존하며, 구 대우빌딩도 서울스퀘어로 리노베이션하면서도 건물의 입면의 형태와 색상을 지키는 방식으로 그 땅에 있던 건물의 전통을 이었다. 친숙하고 역사적 연속성을 지닌 입면은 특히 시각적이기에,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도시의 풍경을 지배하므로 입면의 보존은 중요한 보존방식이다. 아오야마 아파트를 되살린 안도 타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즈와 개념적으로 유사할 수 밖에 없다. 안도 타다오는 오모테산도 힐즈에 아오야마 아파트를 그대로 되살려 갤러리로 사용한다. (여행갈 당시엔 미처 몰라서 사진도 없고, 할 얘기도 없습니다;) 쌈지길은 건축가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채용한 개념일지 아닐지는 모르나, 분명한건 결과적으로는 계승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옛 대법원의 입면을 보존한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출처 : http://blog.paran.com/seoulsema )
"인사동의 길을 수직적으로 공간화"한 것이 최문규 씨의 적은 설계의 변인데, 이 건축물 덕분에 인사동 방문자의 도보거리가 확실히 증가한걸 느낄 수 있다. 많은 방문자들이 인사동 길을 걷는 중간에 쌈지길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지나칠정도로 성공한 쌈지길이, 원래의 개념이 인사동 가로이지만, 너무 소란스럽고 부자연스럽지 않나 걱정되기도 했다. 뭐 장사 잘 되면 좋지. 결과적으로는 최문규 씨의 건축 개념은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굉장히 성공적이었으며, 개념자체가 새로운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여부에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프로젝트라 칭송할만하다. 훌륭하십니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내부 가로 | '쌈지길'의 내부 가로 |
다양한 길의 풍경을 제공하진 않는다
순회형 쇼핑몰이라고 단순 비교하면 베꼈다 안 베꼈다의 문제로 넘어갈 수 밖에 없기에, 차이점을 일단 살펴보는게 좋을 거 같다.
대지의 세장비(long and narrow ratio, 가로세로비율)가 확연히 다르기에 그 안에 생기는 복도의 성격이 다르게 된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긴 세장비는 복도가 가로 2개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되었으며, 이 긴 복도는 복도(corridor)보다 다양한 행위와 반응들이 일어나는 거리(street)에 가깝다. 그에 비해 쌈지길은 상점의 배치로 보면 크게 3개의 길과 하나의 통로로 이루어져있다. 대신 길들의 길이가 짧아 가로(street)이기보다는 복도에 가깝다. 이 두 건축물의 복도의 차이는 쌈지길이 왁자지껄함과 이용자들이 한 곳에 있다는 공간적 유대감을 강하게 주는 반면, 가로의 성격이 약해 인사동길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데 있지 않나 싶다.
대지의 세장비(long and narrow ratio, 가로세로비율)가 확연히 다르기에 그 안에 생기는 복도의 성격이 다르게 된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긴 세장비는 복도가 가로 2개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되었으며, 이 긴 복도는 복도(corridor)보다 다양한 행위와 반응들이 일어나는 거리(street)에 가깝다. 그에 비해 쌈지길은 상점의 배치로 보면 크게 3개의 길과 하나의 통로로 이루어져있다. 대신 길들의 길이가 짧아 가로(street)이기보다는 복도에 가깝다. 이 두 건축물의 복도의 차이는 쌈지길이 왁자지껄함과 이용자들이 한 곳에 있다는 공간적 유대감을 강하게 주는 반면, 가로의 성격이 약해 인사동길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데 있지 않나 싶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복도는 가로로 길게 뻗어있다. 그에 반해 쌈지길은 정사각형에 가깝다. 두 건물간의 스케일은 맞지 않음.
짧은 치마 입고 가면 곤란해요
문제는 복도 폭에도 있다. 평균 폭 2m, 1.8~2.4m까지 변하는 가변 폭을 가진 복도는, 세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복도폭이 최소 1.6m 정도인걸 감안하면 조금 협소한 폭이며, 2.4m 폭을 가진 복도부분은 노점상이 있어 굉장히 협소하고, 짜증을 일으키는 복도로 바뀌었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복도의 폭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폭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은 건물의 면적이 훨씬 크기에 복도가 굉장히 길며, 따라서 한 사람이 점유할 수 있는 복도면적이 크다. 같은 폭이라고 해서 밀도가 같지 않다는 의미이다. 쌈지길이 주는 시장통같은 분위기가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사실 실제 이용할 때엔 불편함만 가득한 곳인 것이다. 반면 가로(street)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는 복도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 다양한 행동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중 하나가 길의 폭인 것이다. 코엑스의 복도가 대략 10m의 폭을 가졌으며, 경험을 되살려보면 복도라기 보다는 가로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또다른 인사동 길을 의도했다면 복도 폭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여 계획해야 했지 않을까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밑에서 위에 복도를 올려다보면 짧은 치마 입은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다구요!
오모테산도 힐즈의 통로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tathei/105192832/sizes/l/in/photostream/ )
쌈지길의 통로. 복도 폭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행위의 차이
10미터의 폭을 가진 코엑스몰의 통로 (출처 : http://blog.naver.com/cosmojin1/150084941561 )
올라가면서 다양한 시야를 제공하는 심심하지 않은 공간
다양한 행동들이 있는 공간을 전시물 보듯이 관람하며 올라갈 수 있는게 매력적인 쌈지길.
다양한 행동들이 있는 공간을 전시물 보듯이 관람하며 올라갈 수 있는게 매력적인 쌈지길.
오모테산도 힐즈의 복도는 지하에 있는 관계로 모두 내부를 향해 있지만, 이에반해 쌈지길의 복도는 지상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계획이 자유롭다. 그래서 4면의 복도중 2면은 내부로, 1면은 외부로, 1면은 양면으로 열려있다. 이에 최문규 씨는 인사동 중심 길만이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조그만 소로와 건물의 풍경에 주목해서, 다양한 시야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했다. 처음엔 인사동 길 전면에 있는 쪽의 복도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게, 중정중심의 건축물에서 홀로 균형을 깨트린거 같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실내 중정에서 보면 한면의 상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꼭대기 층은 목재로 답답한 느낌마져 준다. 왜 이렇게 등지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고민은 인사동 길에 나와 곰곰히 보고 있으면서 어느정도 수긍됐다. 복도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지는 움직임(Activity)은 어떤 입면 디자인보다 건물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었다. 그런 동적인 입면은 쌈지길이 주는 육중한 기운을 완화시켜주기도 하기에 이해가 됐다. 허나 만약 내가 디자인을 했다면 복도를 내부로 하여, 실내에 더 비중을 주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건축물이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봤기에 들었을 생각이었다라고 느껴지니 최문규 씨가 했던 선택이 최선이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실내 램프의 끝. 램프를 올라간 이용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북악산의 전경뿐; 램프의 끝은 무언가 기대한 사람들을 멀뚱멀뚱하게 만드는 뻘쭘함이 있다. 램프의 끝에 하다못해 이정표와 같은 모뉴먼트적 요소를 계획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길에 들어서게 한다는 느낌보다는 건물에 들어서는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던 계단
또한 오모테산도 힐즈가 에스컬레이터와 램프로 이루어진 무장애(non-handicapped) 공간임에 반해, 쌈지길은 램프 초입이 한층 높이의 계단으로 시작한다. 굳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접근이 램프의 시작부분부터 있다는 것은 접근의 편리성을 떨어트리는데, 지상층으로만 구성된 쌈지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리라. 다만, 옹색해 그지없는 지하 1층을 만들바에는 반개층이나 한층을 낮춰 계단을 없애는게 더 좋은 계획이 아니었을까 싶다. 말은 이렇게해도 실제로 설계할땐 상업건축물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면적이 수익인 부분이 크니 어쩔 수 없었으리라.
(아이패드에서 그림. 제가 종이에 그리면 이 정도의 재앙은 아닙니다;;)
쌈지길이 주는 아쉬움
개성적인 공간감을 줄 수 있었을텐데
실내와 실외의 차이에서 오는 공간의 느낌도 분명이 두 건축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일 수도 있다. 오모테산도 힐즈의 경우, 건물의 대부분이 지하로 이루어져 실내로 이루어져 있다. 실내가 주는 싸여있다는 공간감과 더불어, 공간을 건축가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크며, 오모테산도 힐즈는 실내 경관조명과 음향으로 외부 오모테산도 거리와 공간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쌈지길은 외부로 구성된 공간이라 차분한 공간감보다는 인사동길과 어우러진 어수선함이 크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건축가 최문규씨도 의도했을 인사동 길의 연속적인 느낌은 잘 살고 있으며, 길을 걷다 그냥 쑥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니 오모테산도 힐즈보다 진입성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오모테산도 힐즈의 영역성과 공간의 고급스러움을 쌈지길이 가지지 못한건 조금 아쉽긴 하다. 이건 건축가의 역량이라기 보단 법이 지배해버린 기본 틀에 대한 원망이기다. 건축가에게 자율적으로 맡길정도로 건축가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사회일까 문득 생각한다.
처음엔 야외로 되어있던 외부통로. 법적문제는 없지만, 굳이 막아야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부분
재료
직접 인사동의 거의 모든 건물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는 설계의 변을 보면, 재료선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재료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쌈지길은 풍부하며, 다른 인사동 건물들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중성적 느낌으로 그 위에 무엇을 덧대어도 자연스러울 노출 콘크리트위에 목재, 기와, 흙과 같은 전통적이며 인사동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재료들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사용한 것을 보면, 최문규 씨가 '실내가로'라는 건축개념에만 매달려있지 않고, 재료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목재 재료 선택이나 디테일이 조금 실망스럽지만, 건축비와 관련된 문제이고 시공상 많은 변수들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비난할 수 만은 없는 부분이라 안타까운 마음 가지며, 이해하기로 했다.
한국성
쌈지길에 입점한 상점들의 성격도 특이한데, 전통 공예품으로만 이루어진 쌈지길은 소위 팔리는 상품보다 전통적 상품으로 이루어져, 쌈지길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재료, 전통적인 상품의 상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들 말고는 쌈지길이 전통을 계승했다고 할만한게 사실 없다. ㅁ자 한옥에서 가져온듯한 중정에서도 그런 요소는 읽을 수 없다. 전통적인 일명 '한국적인 건축'을 의도할 필요는 없다. 인사동길이기에 거론되는 얘기라 생각하니, 굳이 그 프레임안에 얽매이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쌈지길이 좋은 이유
건축가들이 뽑은 건축물 3위란다. 나한텐 안물어봤는데? ㅋ 뭐 농담이고, 30인의 설문자중에 최문규씨도 있단게 좀 그르네.
이렇게 투덜대는듯 글을 적고 있지만, 사실 쌈지길은 꽤 좋은 건축물이다. 얼마전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대표건축중 3위를 하기도 했듯이. 건축계에서는 꽤나 호평으로 데뷔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위에 적은 쌈지길에 대한 아쉬움은 건축가 최문규 씨의 작업의 결과라기 보다는 지구단위계획, 즉 법이 만들어낸 형태에 대한 불만이었다. 지나치리만큼 강제하는 법을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낸 건축가의 능력에 존경을 표시한다.
답사를 하며 돌아다니는 내내 쌈지길이 주는 조금은 부족하지만, 깔끔한 디테일들이 좋은 첫인상을 남겼고, 건물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용자들의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기분좋은 어수선함, 마치 시장을 거닐때 받는 느낌이 좋았다. 인사동길을 가져온듯하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도 쌈지길만의 아이텐티티를 만들어낸거 같아 좋았드랬다. 부디 지금의 쌈지길이 훼손없이 쭈욱 이어졌으면 한다.
"3위를 한 큰 이유는, 거대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동길에서 거대함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부분. 인사동길의 성격을 잘 이어받은 건축계획을 꼽는다."
관련 내용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 대표 건축물'
마지막으로 건축계에서 유명한 건축물인 만큼, 많은 평론들을 링크하며 끝을 내고자 한다. :)
인사동 길 재개발 계획을 한 건축가이자 국회의원인 김진애 씨가 적은 '쌈지길'에 관한 글
내게 '서양건축사'를 가르쳐주신 교수님도 쌈지길에 대한 글을 적으신 적이 있다. 교수님의 지식과 필력에 비해 좀 소박한듯 하지만, 전문적인 글보다는 쉽게 쓰고자 하신거 같아 링크해본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배형민 교수의 글
도시공학 도시계획가의 눈으로 읽은 쌈지길에 대한 블로그
아래 동영상은 최상층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기록해둔 영상. 지루하니 좀 보시다 넘기셔도 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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